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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앞에 서기 두려운 당신에게

자기소개 해보세요.”

당신은 이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떻게 이야기하시나요? 이름과 나이. 하는 일을 주로 이야기하지는 않나요? 학교에 들어가거나, 면접을 보거나, 소개팅을 하거나. 나를 소개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제안입니다.

저는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늘 1번을 피했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1번이 말하는 대로 따라하면 조용히 흘러갈 수 있는 것이었거든요. 1번이 자기소개를 하면, 2번이었던 저는 똑같이 그대로 했을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눈에 띄어서 주목받는 것도 싫었고, 혹여나 잘못 말할까. 원하지 않는 질문이 들어올까 두려웠습니다. 내 일만 잘하면 알아서 잘 되겠거니, 생각하고 자기소개에 대해 큰 고민을 한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3명, 4~5명까지도 있는 자리는 괜찮았습니다. 질문하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고, 자기소개가 주는 압박감을 벗어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친해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프레젠테이션이었죠.마이크

교수님의 하품

대학교 1학년 때, 팀프로젝트 팀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교양수업이었는데,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에 관련된 발표를 하는 게 주제였습니다. 그 시절에 트위터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붐이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또 내가 알고 있는 그 서비스가 다른 사람은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메리트에 매료되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교수님이 오죽하면 지루하다고 하품까지 하셨을까요. 교수님의 하품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결국 발표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팀 프로젝트 결과도 안 좋았고요. 그 때의 한 번의 경험이, 제 대학생활의 반 이상을 바꿔버렸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제 발표가 형편없다고 여기기 시작한 때가 말입니다.

 저는 교수님의 하품을 봤을 때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교실 안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죠. 지금도 어떻게 그 발표를 끝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끝나고 제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만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발표하는 자리가 자연스러우신가요?

이러한 현상을 소위 발표불안증이라고 부릅니다.

우울저는 그 뒤로 남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기본적으로는 손이 차가워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생각도 안 나고, 어디를 쳐다봐야할지도 몰랐죠. 발표 불안뿐만 아니라, 사람이 불안할 때 느끼는 전형적인 증상이라고도 합니다. 발표불안증이 심한 사람은 대인기피증까지 온다고 하는데요, 모든 사람이 내 행동을 의식하는 것 같고, 다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기분은 남들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 더욱 강력해지는 것 같습니다.

피하면 편합니다. 

저는 그 뒤로 발표와 관련된 수업을 일부러 피했습니다. 전공의 특성상 발표를 하는 수업이 많았는데, 처음에 들었던 팀프로젝트에서 그렇게 망하고 나니 그런 순간은 모두 다 피하고 싶더군요. 연단 앞에서 떨고 있는 저를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두려웠습니다. 약한 모습을 친한 친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데, 학점이 달린 교실에서는 더욱.

어쩔 수 없이 팀프로젝트를 해야 할 때면, 팀장보다는 자료조사를 맡아서 기본 토대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할 때와 마찬가지였죠. 1번이 아니라 늘 2번을 자청했습니다. 피하면, 편했습니다. 잠깐이나마 불안을 해소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기분은 잠깐이었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당신의 예상보다 더, 불안을 회피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잠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상황이 계속 등장했으니까요. 대외활동에서도, 면접에서도.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자연스러운 일이 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피할 여유마저 없었습니다.

더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피하면 피할수록 달라지는 것은 저의 자존감 뿐이었습니다. 물론 안좋은 쪽으로요. 발표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무조건 작아지는 제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저는 이 발표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생활동안 많은 전문가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 취업컨설턴트, 쇼호스트, 아나운서까지. 스피치로는 전문가인 분들에게 많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제 고민을 이야기할 때마다 답은 모두 비슷하더군요. 하나같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리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너무 의식한다는 것
전문가들의 답변은 이것이었습니다. 당신이 긴장을 하든, 손이 차가워지든, 목소리가 떨리든 듣는 사람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만 상관하고 의식할 뿐이다. 내가 전문가라서 안 떨리는 것 같은가? 아니다. 나도 떨지만,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다른 사람도 의식하지 않으니까. 그것만 알면 된다. 라고 말이죠.

너무나 단순하지 않나요?

단순한 원리를 알지 못한 제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결방안을 듣고, 다시 교수님의 하품을 생각해봤습니다. 그 때 시간은 오후 1시쯤, 점심을 먹고 한참 졸릴 때죠. 물론 다른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 발표가 너무나 지루해서 하품을 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교수님은 자신이 하품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 저만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의식했다고 제가 생각하고, 제가 저 스스로 자존감을 낮췄던 것입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난 뒤에도

제 발표불안이 한 번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15분 내에 발표를 하라는 압박 때문에 시계만 보다가 발표를 이어가지 못했던 경우도 있고, 대본을 못 외워서 버벅거린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불안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하루를 연습하면 저는 이틀을 연습하고, 대본을 못 외우면 키워드를 만들어 임기응변 실력을 늘리고. 그런 방법으로 저만의 발표 실력을 키워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발표 실력을 늘리겠다고, 빈 강의실에 들어가서 친구에게 동영상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친구제 발표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까요. 민망하기도 하고, 제 목소리도 아닌 것 같고. 왜 저렇게 손은 움직이는지 다리는 떠는지. 하지만 봐야했습니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힘든 상황을 마주하면서 극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유명한 강연이 끝난 뒤에 무대가 철거될 때는 일부러 무대 위로 올라가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런 강연을 한다면 어떻게 동선을 만들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직접 경험하는 것 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경험은 할수록 쌓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제가 너무 원망스럽더군요. 앞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제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남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이 정말 대단해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니, 발표불안은 제게 축복이었습니다.

‘불안이 축복이라고?’

불안네. 축복입니다. 그 불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저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저만의 방식으로 유머를 던지면서 뻔뻔하게 구는 경험도 했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제 문제의 원인을 더 깊이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실패한 경험도 많습니다. 지금도 계속 실패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 상황을 성공으로 만드는 경험을 해보면서, 경험이 많이 쌓였습니다.

만약 불안이 없다면

만약 불안이 없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있을까요? 성장하더라도 한 차원 높은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예전 시대에는 불안함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하더라고요. 짐승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늘 불안을 달고 살아야했을 것이니 말입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잠깐은 회피하고 싶지만.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마주치다보면 계속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짐승을 피하는 법도 알게 되고, 나 자신을 보호하는 법도 더 잘알게 되죠. 불안 덕분에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발표할 때 어떤 타이밍에 손이 차가워지는지, 가슴이 두근대는지도 알게 되고요.선물

발표불안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 이야기는 발표불안에만 한정된 것이었지만, 발표불안을 다른 이야기로도 대입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할 일을 계속 미루는 것. 언젠가는 되겠지, 하면서 가만히 있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 맥락이 모두 비슷합니다.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니까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마주할 때면 다른 사람을 탓하며 자기 자신을 깎아내려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때가 옵니다.

만약 제가 그 교수님의 하품 때문에 지금까지도 발표에 대한 불안이 있다면. 그것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려고 제 자신을 계속 마주하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강의를 진행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발표불안을 마주하기 싫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고, 실수도 계속 하고 있지만 감사하게도 계속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발표에 대한 불안감은 있고요.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은 청중들이 제 실수에 그렇게 큰 의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발표 하는 것이 두렵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밌습니다계속 저를 마주하고, 저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이제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하나의 성장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실력도 따라오겠죠?

당신도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지금까지 피하기만 해왔다면, 피할 때의 기분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크지 않게, 정말 작아도 좋으니 하나 둘 그걸 마주하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도 있지만 바로 즐겨지지는 않습니다. 마주하는 연습이 모이고 모여, 즐거움은 자연스럽게 따라올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나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도 않을까요?